항목 ID | GC027016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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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草坪雜題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
집필자 | 정종진 |
[정의]
박제형이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초평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광을 읊은 한시.
[개설]
「초평잡제」는 판교(板橋) 박제형(朴齊珩)이 지은 한시로 화산리의 초평저수지와 그 주변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노래한 시이다. 모두 6수가 전해 내려온다.
[구성]
칠언절구와 칠언율시, 오언절구 등의 한시로 되어 있다.
[내용]
1. 칠언절구1
화랑호수를 어찌 산에 비유하리오/ 파아란 물 담담한 구름 속에 아름답기만 하네/어느 땅 어느 물의 주인이 누구였나/지명인지 인명인지 분별키 어렵도다[賀監之湖謝眺山 送靑收綠淡雲間 某邱某水云誰主 地與人名兩是難]
2. 칠언율시1
삿갓 쓰고 나막신 신고 오솔길을 지나갔더니/ 그윽한 이곳에는 장꾼들이 지껄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네/ 넓고 넓은 들에는 벼의 향기 연이었고/ 유월이 되니 집집마다 대추꽃이 한창일세/ 근자에 어선이 시냇가에 뜨게 되었으니/ 밤새에 시냇물 부른들 무슨 근심 있으랴/ 오늘 아침에 술 마시다가 오늘 아침에 취하였는데/ 대머리털 그대 수염 반이나 희어졌다니[笠屐相過野涇斜 地偏不到市人譁 二坪漠漠連香滔 六月家家有棗花 近得漁艇溪上至 不愁橋漲夜來加 今朝有酒今朝醉 我髮君髮半己華].
3. 칠언율시2
비올 듯 할 때 목동이 돌아왔기에/ 전답 이야기하다 보니 한바탕 떠들썩 했구나/ 이끼 낀 문 앞길엔 항상 물이 흐르고/ 약을 심은 저곳은 사시장천 꽃이로세/ 늙어가니 생각은 백이나 감하였고/ 병이 쇠하니 맛있는 찬이나 더해지는구나/ 단정하게 사는 우리 살림 무엇이 있으랴/ 아이들 데리고 필화만 희롱할 뿐이로다[樵牧歸來雨色斜 問麻說滔一場譁 養苔門涇長流水 栽藥欄干不斷花 老大思量百爲減 病衰珍重一餐加 端居無物堪消受 故興兒童弄墨華].
4. 칠언율시3
금한동 어귀에 저녁 빛이 비겼으니/ 들바라지한 음식 가지고 온 여자 문떠들기도 떠드네/ 수항에는 버드나무만 많기도 한데/ 가문 날에 면화농사가 태반이로다/ 서늘한 기운은 산그늘 따라 일어나고/ 날이 더울 땐 비 오려는 징조인 듯/ 한가할 때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국화나 심어 가을이나 꾸미자고 일러주네[琴閒洞口夕陽斜 野饁歸來女伴譁 水港偏多楊柳樹 早農太半草棉花 倉凉氣挾山陰至 失熱時將雨意加 閑事業因評畵了 又敎栽菊占秋華].
5. 칠언절구2
맑은 바람 쏘이면서 대나무 아래 일렁이는데/ 산에 둘러싸인 이 고장 시내까지 접했구나/ 뽕나무 가꾸고 살구나무 심은 것은 십년 후의 일이건만/ 늙어가는 이 몸 병 있는 것 근심이로다[淨酒淸風竹下留 看山是處又臨流 修桑種杏十年計 老去無端病是愁].
6. 오언절구
나 사는 곳에는 본시 대나무가 없었는데/ 언제부터 이런 이름이 있게 되었는가/ 아마 호사자의 농락이 아닐까/ 헛되이 진인 깨끗하건만 그리워하는 것일까[我居本無竹 何年始有名 知應好事者 虛慕晋人淸].
[특징]
공자의 『논어』에는 “인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며,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적이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동적”이라고 말했다. 「초평잡제」에서 시인은 산보다 물을 더 선호함으로써 지혜롭거나 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땅과 물 그리고 지명과 인명이 이원론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초평 지역이라는 특정한 지명을 주제로 개별 시에 대하여 제목을 따로 붙이지 않고 6수를 지었다. 연작시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잡제(雜題)’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제목을 따로 붙임으로써 특정한 배경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이를 탈피하여 초평 지역에 대한 풍경과 아름다움에 대한 개방성을 확대했다. 현대시에서 흔히 시의 제목으로 쓰는 무제(無題)의 효과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