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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삶의 축복?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C020104
지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민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어떤 형태가 되었든지 축제가 열린다. 기쁨이 없는 인생이 불행하듯, 축제가 없는 인간 공동체는 황폐하다. 축제란 흔히들 예술적 요소가 포함된 제의를 일컫는다고 설명한다. 축제는 애초 성스러운 종교적 제의에서 출발했으나, 점차적으로 종교적 성격을 가진 축제보다는 근래에는 유희성이 강조되고 부각되는 축제가 많아지고 있다.

보통 산업화와 세속주의가 축제가 지닌 종교적 영성을 없애 버리고 오로지 그 세속적인 측면만 부각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최첨단의 현대적 축제에서도 제(祭)가 사라지고 축(祝)만이 남았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축제는 분명히 축(祝)과 제(祭)가 혼합된 문화 현상으로, 현실에서의 축제의 의미는 다양한 문화 현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좁은 의미로서는 지역의 역사적 상관성 속에서 생성·전승된 전통적인 문화 유산 등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전통 축제뿐 아니라 문화제, 예술제, 전국민속예술 경연대회를 비롯한 각 지역의 문화 행사 전반이 포괄된다. 결국 오늘날에는 광의로 받아들여 지역 축제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상 생활이 다양한 현대사회에서는 옛날에는 비일상적인 일이었던 축제가 일상화되면서 특별한 날이라는 의미를 상대적으로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축제와 이벤트라는 두 가지 개념이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축제의 개념을 명확하게 못하고 있는 이유이며 축제의 의미를 광의로 인식하게 된 것도 이러한 것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기존의 축제에 대한 개념으로는 축제의 본질을 파악 못하고 현대와 같은 다양한 사회에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제다운 축제의 부재를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원곡동에도 축제가 많다. 그리고 이 축제들은 몇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축제의 고객[Main Target] 별로 분류하면, 내국인을 중시하는 축제냐 외국인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축제냐로 구분이 가능하다. 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로행사나 외국인 이주 노동자 문화예술축제 등도 열린다.

해마다 추석이면 국경없는 마을에서는 잔치가 열린다. 지난 2008년 추석에도 9월 13일[토]부터 15일[월]까지 3일간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 놀이터에서 ‘8國 8色 춤 놀이 한마당’이라는 주제로 잔치가 열렸다. 당시 행사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아프리카권 국가, 한국 등 8개 나라의 전통 춤과 전통 놀이를 직접 체험하고 공연할 수 있는 잔치가 열렸고, 베트남·중국·한국의 전통 떡을 만들고 시식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당일 각 나라 공동체별로 추석 잔치 및 콘서트가 열리고, 이튿날에는 메인 무대로서 8개 나라가 주로 참여하는 한마당이 열렸다. 3일째 되던 날에는 국경없는 광장에서 제3회 이주노동자영화제가 야외 무대에서 선보였다.

설날에도 각 나라 다양한 명절 문화를 비교하고 즐길 수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설날이면 고국에 두고 온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그래서 매년 설날이 되면 국경없는 마을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설날을 즐기는 나라는 주로 우리 민족과 같이 음력 새해 첫날을 명절로 지키는 중국과 베트남, 몽골인들이다. 이들을 위해 안산이주민센터가 매년 설날 잔치를 마련한다.

이날의 축제를 통해 오랜만에 고국 음식과 전통 의상을 접한 이주 노동자들은 힘든 일상의 피로를 잊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축제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이날만큼은 “고국 사람도 많고, 먹을 음식도 많으며, 그 밖에도 중국의 전통 놀이도 있어, 잠시나마 흥겹고 재미난 시간을 가졌다”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원곡동 놀이터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중국과 베트남,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부스가 설치됐다. 각 부스에서는 각 나라 전통 의상과 놀이 문화가 소개되었는데, 중국 문화 코너 한켠에는 나이든 중국 노신사가 관람객들에게 붓글씨를 써서 선물로 건네고, 맞은편에 위치한 베트남 부스에는 매화와 개나리꽃으로 장식된 나무가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은 이 나무에 종이와 봉투를 정성껏 매달았다. 베트남에서는 새해 첫날 소원을 담은 엽서와 돈봉투를 나무에 걸면서 행복을 기원한다고 한다. 마당 가운데 펼쳐진 놀이 마당에서는 제기차기와 윷놀이, 투호 등 놀이를 즐기려는 이주 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함께 놀이를 즐기며 그동안 갖고 있던 문화적 이질감을 떨쳐 버렸다.

축제를 주관한 안산이주민센터 관계자는 “설날이 실제로 자기 나라 명절과 같은 날짜이기 때문에 중국과 베트남 출신 사람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면서 “국경없는 마을 축제가 이제는 한국의 명절을 계기로 다른 나라 명절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날은 특히 베트남 가라오케, 몽골 볼링대회, 중국 노래자랑, 아프리카 포틀락파티(potluck)[참가자들이 각자 음식을 준비해 와 나누어 먹는 파티] 등이 진행되어 오랜만에 모인 친구나 가족들이 한데 어우러져 정겨운 시간들을 보냈다.

축제란 인간에게 살아가게 하는 힘을 북돋아 준다. 사람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힘을 주고 다시 출발하는 힘을 주는 것이야말로 그 본연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부질없고 환상에 그칠 뿐이라 해도, 축제가 주는 그 환상에 대한 돌진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맥 빠진 게 될 것인가? 축제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인간이 꾸는 새로운 꿈과 희망에 대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물론 새로움이 모두 ‘발전’은 아니다. 보통 새로움이란 우리 곁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대부분이니까.

따라서 축제가 주는 새로움은 달라야 한다. 반드시 생전 ‘처음’의 것이 아니라도 좋다. ‘다시’도 좋고 ‘바꿈’도 좋다. 다만 사람들 마음에 새겨지며 두고두고 떠오르는 것이라야 한다. 문화 축제를 꾸리는 사람은 정신의 안무가이다. 축제의 의미는 우리에게 살 만한 희망을 주는 것이니까. 춤을 추게 하는 것이니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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