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건동 삼천리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마을 사람 대부분이 농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논농사보다는 밭농사의 비중이 커서, 논농사는 집에서 먹고 가까운 친척들에게 보낼 정도만 짓는다. 쌀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실제로 들이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기울이는 농사는 밭농사, 특히 채소 재배에 집중되어 있다.

삼천리 마을은 군포시와 의왕시, 그리고 안산시에 둘러싸여 있다. 이 세 도시의 특징은 모두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으로 싱싱한 채소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주변 세 도시 사람들은 주로 집 근처의 대형 할인매장에서 채소를 구입하지만, 웰빙 바람이 불면서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한 친환경 채소도 많이 찾고 있다.

삼천리는 1980년대부터 이러한 주변 도시의 싱싱한 채소에 대한 수요를 책임지는 채소 농사를 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밭농사는 대부분 여자들이 담당하는 일이어서 삼천리의 여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된 농사일에 쉴 틈이 없다. 그런데도 장터나 아파트단지 등에 나가서 채소를 파는 일도 아낙네들이 도맡아 하는지라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삼천리는 여자가 고생하는 마을’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부터 삼천리 마을 남자들은 논농사를 주로 담당했고, 여자들은 밭농사를 담당했다. 사실 이렇게 밭농사의 비중이 높아지기 전까지 농촌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은 당연히 ‘쌀’이었기 때문에 남자들이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중요하게 여겼다. 농사일에 ‘어떤 일이 더 힘들다’라는 얘기는 의미가 없지만 볍씨를 키워 모판을 찌고, 무논에 모를 심고, 한여름에 허리를 구부리고 김매기를 하고, 가을에 낫으로 베어 탈곡을 하기까지의 논농사일을 밭농사보다 쉽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논농사 일은 대부분 기계화가 되어 큰 힘이 드는 일들이 줄어들었고, 게다가 농가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에, 여자들이 주로 담당했던 밭농사의 비중은 점점 늘어만 갔다.

따라서 삼천리의 여자들은 점점 많아지는 밭농사일에다가 인근 대도시에 나가서 채소를 파는 일도 겸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로 쉴 틈이 없다. 게다가 집안일에 아이 키우는 일까지 여자들이 대부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한다. 이런 고생을 알기에 요즘은 마을의 남성들도 밭농사가 꼭 여자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고 힘이 드는 일들은 먼저 나서서 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노고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정보제공]

• •  장소진(남, 1942년생, 건건동 거주)
• •  장동호(남, 1947년생, 건건동 거주, 전 안산시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