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5B02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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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 삼천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현우 |
1941년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삼천리 마을의 고구마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거듭되는 전쟁으로 식량과 물자가 부족해지자, 일제는 전쟁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후방에서 동원해 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식량의 약탈이었다. 부족한 식량과 물자를 한국에서 약탈한 결과 한국에서는 더욱 식량이 부족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구마가 구황작물로 각광을 받았다. 고구마는 가뭄에도 잘 견디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사람들은 고구마 농사를 많이 지었고, 그에 따라 고구마 순의 수요도 더욱 늘었다.
고구마는 찌거나 구워도 먹지만, 밥을 지을 때 얇게 썰어 넣어 고구마 밥을 지어 먹기도 하였다. 또 삼천리 마을에서는 고구마를 깍둑썰어 왜간장에 절여 반찬으로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구마는 굶주림을 채워주는 고마운 작물이었다.
그런데다 삼천리 마을 사람들이 정성들여 재배한 고구마 순의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고구마 순을 사러 왔다. 그 덕분에 삼천리 마을 사람들은 ‘앉아서’ 고구마 순을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듯 고구마 순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자 일제는 고구마 순의 출하량을 통제했다. 삼천리에서 고구마 순을 재배한 농민들이 조합을 통해 가구별로 고구마 순을 면사무소에 갖다 놓으면, 각 지역 농민들에게 미리 신청 받은 수량을 나누어서 팔았다. 그리고 고구마 순 값을 받아서 삼천리 사람들에게 출하량에 따라 나눠 주었다.
마침내 일제가 패망하고 해방이 되면서 고구마 순에 대한 통제도 없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안산의 수암장뿐만 아니라 시흥 도일장[개시일은 3·8일]·뱀내장[일명 신천리장, 개시일은 1·6일], 화성의 사강장[개시일은 2·7일]까지 고구마 순을 팔러 나갔다. 장소진 씨도 장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자전거에 고구마 순을 싣고 장에 나갔다고 한다.
멀리 수원장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수원장에 갈 때에는 하룻밤이 꼬박 걸렸다고 한다. 조희찬 옹의 경우 수원으로 고구마 순을 팔러 갈 때는 소가 끄는 우마차에 고구마 순을 싣고 바지고개를 넘어갔단다. 그러나 바지고개 앞에서 날이 저물기가 일쑤라 고개를 넘기 전에 큰아버지 댁에서 자고 아침나절에 수원으로 갔다고 한다. 그런데 수원장에서 고구마 순을 팔던 중, 서울에 가면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서울의 남대문시장까지 고구마 순을 가져다가 팔기도 했다. 6·25전쟁 때에는 서울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하려고 삼천리 마을까지 와서 고구마를 사서 등에 지고 갔다고 한다.
삼천리 고구마 순의 명성은 그러나 1970년대 식량의 자급화가 이루어지면서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주식 대신으로 먹던 고구마의 수요가 통일벼의 재배로 쌀이 많아지면서 고구마 순을 찾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어, 애써 키워도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아졌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재배량도 줄어서, 이제는 고구마 순을 예전처럼 대규모로 재배하지도 않는다. 다만 과거의 명성을 잊지 않고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최근 들어 고구마는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고구마는 밥보다 칼로리가 적으면서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한다. 또한 고구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물성 섬유가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해소하고 ‘야라핀’이라는 성분이 변을 무르게 해 꾸준히 먹으면 숙변을 내보낼 정도의 배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칼륨의 이뇨작용과 비타민E의 혈행 촉진작용 등이 가세, 다이어트 효과를 높인다고 한다.
또한 고구마는 체력과 기력을 좋게 하는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약효는 다이어트로 잃기 쉬운 스태미나를 보충하며 피로 제거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컨디션을 좋게 유지한다. 몸 상태가 좋으면 그만큼 활동량이 많아져 자연히 다이어트 효과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고구마의 다양한 비타민이 혈액을 맑게 하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막아 다이어트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떠오르는 고구마와 함께 잊혀진 삼천리 고구마 순의 명성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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