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519번지에는 화정영어마을이 있다.

이곳은 국제화시대에 발맞추어 안산시에서 의욕적으로 설립을 추진하여 2006년 9월에 세운 곳으로, 2004년 8월 23일 경기도에서 대부도에 세운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와 함께 경기도에서 소문난 영어교육기관이기도 하다.

화정영어마을 자리에는 원래 화정초등학교가 있었다. 화정초등학교는 학생 수의 감소로 1994년 9월 1일 선부동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마을 어른들에 따르면 화정초등학교 자리에는 원래 화정간이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화정간이학교는 1934년에 안산공립보통학교 부설로 세워지게 되었다.

김연권 전 통장에 따르면, 당시 수암에 있는 안산공립보통학교까지 약 20리[약 8km]가 넘는 거리여서 학생들이 마하산을 넘어 지름길로 다녔음에도 통학하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화정동에 간이학교가 세워지게 된 것이다.

당시 화정간이학교에 부임한 교사는 김봉권, 윤방한 등이었는데 이들 중 김봉권 선생은 전 통장 김연권 씨의 형님이었다.

화정간이학교를 졸업한 박순기[전 통장, 1926년생] 옹이 화정간이학교에 대해 소상히 들려주었다.

“그때는 안산공립보통학교가 너무 멀어서 다니기가 힘들었어. 그래서 화정간이학교하고 성포간이학교하고 두 군데가 새로 생겼지. 성포간이학교는 지금 시외버스터미널과 홈플러스가 있는 그곳이었고, 화정간이학교는 우리 마을에 세워졌지. 2학년까지 공부했는데 그때 선생이 일본인이었어. 학교에서는 주로 일본어하고 농업을 많이 배웠지.

그때 나는 서당에서 공부를 마친 상태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간이학교가 세워지고 나서도 처음에는 학교에 입학을 잘 안했어. 그러자 왜놈들이 와서 강제로 막 입학을 시켰어. 법이라고 하면서 강제로 죄다 잡아다가 입학을 시킨 거야. 그래서 여기 말고도 저 밑에 와리까지 가서 애덜을 잡아다가 막 시켰지. 처음에는 일본놈들이 세운 학교라고 어른들이 싫어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그래도 글공부를 하니까 부모님들이 경제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신식 공부를 한다고 좋아했어.

그래 나는 나이가 좀 있어서 들어갔지만, 공부를 잘했어. 남들 두 줄 배울 때 나는여섯 줄을 배웠으니까. 그리고 수암에 있는 보통학교를 갔어. 그때 일본인 선생이 나더러 나이가 많고 일본어를 잘하니까 5학년으로 들어가라고 하더라고. 난 그때 나이는 많았지만 쫓아가기가 힘들 것 같아 3학년에 가고 싶다고 했거든. 그래서 나중에는 결국 4학년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거기 졸업할 때 쯤 해방을 맞았지.”

당시 화정간이학교와 성포간이학교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었지만 성포간이학교 학생들이 이 곳 화정간이학교에 와서 시험을 보기도 하는 등 교류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건물은 한 동에 2개의 교실이 있었는데, 공부하는 교실로는 교실 하나만 사용하였다. 한 교실에 2개 학년이 같이 공부했으며, 선생이 2개 학년을 살피면서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1개의 교실은 사무실로 사용했다고 한다.

화정간이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당시 안산의 유일한 초등교육기관인 안산공립보통학교가 너무 멀어 통학하기가 힘들거나 공립보통학교 수업료가 비싸서 입학을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또 화정리뿐만 아니라 인근 와리, 부곡리, 선부리, 연성 일대에서도 간이학교에 입학을 할 정도였단다.

일반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간이학교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문자를 습득하였고 농업 실습 등을 통하여 농업 기술을 익혔으므로, 화정간이학교 학생들도 그같이 공부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 습득 등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을과 더불어 살아 숨쉬어온 전통을 지키기 위해 화정동 주민들은 처음의 거부감을 떨치고 간이학교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이를 통해 마을의 교육적 전통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화정간이학교는 해방 이후인 1947년 4월 30일 화정국민학교로 승격되었다.

[정보제공]

• •  박순기(남, 1926년생, 화정동 거주, 화정동 전 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