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5A01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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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
시대 | 조선/조선 후기 |
집필자 | 신대광 |
예부터 우리나라의 자연마을 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을 한가운데나 동구 밖을 지키는 우람한 나무가 아닐까 싶다. 나무들은 무더운 한 여름 우거진 그늘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땀을 닦고 쉬어가는 곳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알찬 열매를 맺어 풍성함을 더해 주기도 했다. 고주물 역시 마을 여기저기에 수백 년도 더 된 나무들이 듬직하게 선 채 마을 사람들의 쉼터로서, 또 결실의 계절에는 풍성함을 느끼게 해주는 삶의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마을에 은행나무가 많으면 큰 병이 돌지 않는다고 믿어서 많이 심었다고 한다. 고주물에도 질병이 마을 안으로는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마을 사람들이 심었다는 수령이 제법 오래된 암수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원래는 한 곳에 같이 있었으나 은행나무는 암수가 같이 있으면 열매가 안 열린다고 하여,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마을 어른들이 암은행나무를 대장골 언덕으로 옮겨 심었단다.
대장골 언덕에 자리한 암은행나무는 마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에 있으며 수은행나무는 ‘메밀꽃 필 무렵 식당’[화정막국수집, 화정동 554-2번지] 앞 주차장에 서 있다.
그렇게 암수 은행나무는 멀리 떨어져 서 있는데, 그래서 더욱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듯하다.
마을에는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여러 그루 서 있지만 이 은행나무 두 그루는 언뜻 보기에도 규모가 크고 위풍당당하다. 암은행나무에는 가을마다 은행이 풍성하게 열려 마을 사람들이 이 은행을 서로 가져간다고 한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이 두 은행나무가 마을에 큰 병이 돌지 않도록 바라는 마을 사람들의 바람을 안고 심어졌다는 사실마저 잊힐지 모른다. 하지만 두 은행나무가 마을을 질병으로부터 오래도록 지켜주며 굳건히 서 있을 것으로 오늘도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마을 중앙에는 또 오래된 느티나무도 있다.
느티나무의 수령이 정확히 몇 년이나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마을이 생겨난 약 500년 전부터 이곳에 있었을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마을 어른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느티나무 아래에 허름한 정자가 서 있어서 노인들이 심심파적으로 장기를 두곤 했단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어릴 때 느티나무에 올라가 장기판을 그려놓고 장기를 두던 때도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그 말을 확인해 본다고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나무 위에 정말 장기판을 그린 흔적이 남아 있다고 소리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 주민들은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중심으로 모여서 마을 일을 의논하기도 했다는데, 마을에 도로가 나고 철조망이 쳐지면서 바위도 사라지고 더 이상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고주물에서는 30년 전만 해도 가을걷이철이 되면 한 해 농사를 살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으로 느티나무 밑에서 대동굿을 지냈다. 대동굿은 마을의 큰 행사이자 축제였던 셈인데, 대동굿은 당시 동네 사람들이 ‘큰엄마’라고 불렀다는 느티나무 옆집 아주머니가 주도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마을에서는 대동굿을 지내지 않고 있다.
어느 해인가, 교회에 다니던 한 청년이 나무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미신이라며 느티나무에 오물을 퍼부어서 그 해 대동굿을 지내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그때 이후로는 더 이상 굿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을의 역사와 함께한 이 느티나무는 오랜 세월 풍상 속에서 병이 들어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못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영양제도 놓고, 아이들이 함부로 나무 위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철조망도 둘러쳐서 예전보다는 한결 나아진 모습이 되었지만, 나무 바로 옆으로 난 도로 때문에 뿌리가 병이 들었을 거라며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고주물에 이토록 사연 많고 뿌리 깊은 나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뿌리내린 곳에 대한 이 마을 사람들의 애정이 깊다는 뜻은 아닐까? 또한 마을과 더불어 동리 사람들이 오래오래 무병장수(無病長壽)하기를 바라는, 이 터전을 갈고 닦은 선조들의 마음이 대대로 뿌리내려 온 역사의 산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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