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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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세상살이를 시간 단위로 재단한다면, 가장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 단위가 바로 1주일이다. 매시간별 또는 일자별로 끊으면 한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리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묘사하기에는 너무 숨 가쁘다. 특히 인간의 삶을 노동과 휴식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면 1주일 단위로 삶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산업 사회에서 임금 노동자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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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동네 원곡동은 이제 커다란 변화 앞에 서게 되었다. 2009년 5월 1일 지식경제부에서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일원을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원곡동이 ‘한국의 다문화 수도’로 인정받은 셈이다. 2008년 12월 안산시에서는 외국인 이주민 복지 증진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통한 지역 개발을 위해 다문화 체험 특구를 추진하다고 발표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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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살든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음식이야말로 어떤 문화나 지역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매력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주라는 인간의 이동은 사람만의 이동은 아니다. 사람이 움직이면 그 사람의 음식도 따라서 움직이고 결국 그 사람의 문화가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이 있으면 음식이 있어야 하고, 곧 음식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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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첫 이미지는 이국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안산역 앞 지하고가에서 원곡본동주민센터에 이르는 국경없는 거리를 지나거나, 외환은행에서 원곡공원으로 난 원본1길을 걷다보면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촬영장처럼도 보인다. 주변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고, 양옆 거리에 들어선 가게의 간판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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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마을은 한국에서 외국인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당연하게 마을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상점의 주 고객은 외국인 노동자들이지만 간혹 한국인도 눈에 띈다. 상점에는 국산품도 있지만 외국에 나가야 보거나 살 수 있는 이국적인 물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사지는 않지만, 호기심에 들려 구경만 하는 이도 많고, 우연히 사용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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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그래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면 으레 큰 불편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생소한 곳으로 가보려고 한다. 원곡동을 거닐다 보면, 마을 주민에게는 친근하고 편리한 곳이지만, 외지인들이 보면 생소한 곳들을 만나곤 한다. 원곡동에는 은행이 아주 많다. 좁은 동네에 외환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지점이 있고, 신협과 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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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세계 각지에 자기들만의 지역을 구축했다. 흔히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2008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온 외국 이주민의 수를 백만 명으로 추산하는데, 그중 중국계가 44만 명으로 거의 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원곡동을 안산의 차이나타운으로 한정하는 것은 여러 모로 무리이다. 그러나 원곡동 다문화의 중심에는 바로 중국 문화가 있다. 가장 많은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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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사람에 따라 ‘원곡동 외국인 마을’, ‘원곡동 이주민 단지’, ‘원곡본동 외국인 주민단지’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국경없는 마을’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있다. 안산 지역 사람들은 이곳을 ‘원곡동 이주민 단지’로 즐겨 부르고, 외지 사람들은 ‘원곡동’ 또는 ‘안산 국경없는 마을’이라고도 한다. 외국인들의 경우 ‘원곡동’ 또는 ‘안산’ 하면,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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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시작은 언제일까? 자정을 넘어서라는 답변은 정답은 아니다. 아마도 하루의 시작은 어둠이 가시는 때부터이리라. 우리는 흔히 닭울음 소리가 들리고, 새 아침을 준비하려 잠에서 깨어 이불 속을 나서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하루의 시작을 상상한다. 그러나 도시의 하루는 그러한 상상을 무색하게 한다. 전기[제품]의 발명으로 24시간 빛이 환하고, 그 불빛 아래에서 야간 노동을 자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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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동에 제일 많이 거주하는 민족은 어느 민족일까? 답은 바로 한민족(韓民族)이다. 그 한민족도 세분해 보면, 국내 출신의 한민족도 많지만, 중국에서 온 조선족 동포도 많이 산다. 원곡동은 얼핏 보면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의 외국인이 많이 사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외양으로는 구분이 쉽게 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