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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C010402
지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민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시간 단위로 재단한다면, 가장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 단위가 바로 1주일이다. 매시간별 또는 일자별로 끊으면 한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리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묘사하기에는 너무 숨 가쁘다. 특히 인간의 삶을 노동과 휴식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면 1주일 단위로 삶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산업 사회에서 임금 노동자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것이 보통의 생활 리듬이다. 물론 현대에는 예외적인 경우가 너무 많다. 자영업을 하거나, 주중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이 주말에도 일을 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 같은 설명은 유효하다. 한국에 주5일제가 도입된 지 몇 년이 되었지만, 중소업체에 근무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대부분 토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일요일 하루만을 쉬는 경우가 많다. 이주 노동자들은 주중에는 공단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일하는데, 특히 이들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흔히 3D업종이라고 부르는 곳에 종사하기에 삶이 매우 고달프다.

그런 이들에게 일하지 않고 쉬는 주말은 즐거움의 날이다. 다만, 주말이라고 항상 쉬는 것은 아니다. 돈이 아쉬워 특근을 자청하거나, 때론 밀린 주문을 납기에 맞추기 위해 회사에서 잔업이나 특근을 요청하기도 한다.

원곡동에 사는 이주 노동자들은 주말이나 공휴일 등 쉬는 날에는 안산에 있거나 아니면 서울에 가는 게 보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구나 친지를 찾아 먼 곳을 방문하기도 한다. 아니면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안산에 놀러 오기도 한다.

주말에 친구들이 안산에 오면 주로 가는 곳은 고국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식당에 가면 한국의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원형[오리지널]의 고향 음식을 먹고, 벽에 걸린 대형 텔레비전으로 위성 중계되는 고국 방송을 통해 조국의 소식도 접할 수 있다. 같은 나라 사람들과 고국의 언어로 그리운 음악을 들으며 입에 맞는 술을 마시는 호사를 원곡동만은 허락한다. 음식 가격이 부담이 되지만, 고향 음식과 곁들인 술 한 잔에 가슴속의 생각을 친구들과 나누다 보면, 비로소 살아 있다는 기쁨을 느끼면서 그동안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스르르 해소된다.

쉬는 날에 빠질 수 없는 곳이 대형 할인마트이다. 안산과 인접한 시흥의 시화에는 많은 대형할인마트가 있어 생필품 구입이 참 편리하다. 대형 할인마트는 필요한 물건이 종류별로 갖추어져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일반 가게는 상점주인과 한국어로 대화하며 쇼핑을 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부담없이 쇼핑을 할 수 있다. 인터넷쇼핑도 이용하지만, 수령하기도 불편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아 아직은 한국인처럼 활용하진 못한다.

주말에 자주 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은행이다. 현대 사회에서 돈에 자유로운 인간이 없지만, 외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에게 돈을 보관하고 돈을 찾고, 멀리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안전하게 송금하는 은행이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장소이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게는 평일에는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하고, 금융 거래를 할 시간은 주말밖엔 없는데, 다행히도 원곡동의 금융 기관들은 주말에도 영업을 한다.

원곡동에서 가장 많은 금융 거래는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거래이다. 거의 매일 10억 원의 돈이 원곡동에 있는 금융 기관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송금된다는 자료도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 돈으로 받은 임금을 환전해서 송금하는데, 최근 들어 한국 원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서 송금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든 게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한다. 기타 국내에 사는 친구들과의 거래도 많이 한다. 그래서 주말 외환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의 무인 거래기 앞에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안산 지역에 사는 이주 노동자들이 특히 주말에 자주 가는 곳이 국경없는 거리와 국경없는 광장이다.

국경없는 거리에는 필요한 많은 것들이 있고, 종종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주말에는 또 병원과 보건소에도 간다. 원곡동에는 크고 작은 병원들이 있으나, 특히 안산시외국인주민센터 안에 있는 보건소는 쉬는 날에도 문을 열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주말의 중요한 일과 중에 빠지지 않는 일이 바로 종교 생활이다. 다행히 원곡동에는 교회, 성당, 이슬람사원을 비롯한 종교 생활을 위한 집회 시설이 많이 있다. 그곳에서 예배를 보거나, 친구의 결혼식이 열리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충을 토로하고 위로와 해결 방법을 얻기도 한다.

멀리 친구나 친지들과 만나는 곳도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나라별로 지역이 다르다. 중국계는 다양하지만 구로구 가리봉동을 자주 간다. 그곳 또한 중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중국음식점을 비롯한 상점들이 많이 있어 친구나 친지를 만난다. 필리핀인들은 서울 대학로 혜화동을 찾는다. 안산의 원곡성당 주변으로 필리핀인들이 모여 있듯, 혜화동성당 주변에는 소위 리틀 마닐라라 부르는 지역에 많은 필리핀 동포들이 살고 있다. 남양주 마석에는 작은 중소 공장을 중심으로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각국의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그 친구를 보러가거나 거기에 사는 친구들이 안산으로 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안산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충청남도 당진이나 평택, 특히 인접한 화성시 곳곳에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산에 와서 주말을 보내곤 한다.

그리운 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여

멀리 이국의 땅, 그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인생/ 비록 힘든 일이 닥쳐와도 굴하지 않고 잘 이겨내고 있네.

그것은 바로 내 삶의 자세, 바로 도전이야/ 남모를 고통과 역경이 많지만

여전히 나는 행복하네/ 모두가 그리워하는 사람이기에.

여전히 나는 행복하네/ 모두가 그리워하는 사람이기에.

-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가 주말에 친구들과 어울려 부른 노래에서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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