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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C020102
지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민

어디에서 살든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음식이야말로 어떤 문화나 지역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매력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주라는 인간의 이동은 사람만의 이동은 아니다. 사람이 움직이면 그 사람의 음식도 따라서 움직이고 결국 그 사람의 문화가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이 있으면 음식이 있어야 하고, 곧 음식점이 생긴다.

국경없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이주 노동의 설움을 음식으로 달래려는 이주 노동자들을 상대로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식당도 생기게 마련이다. 인간이 먹는 음식은 지역별로 매우 다양하고, 같은 지역일지라도 그 종류가 매우 많다. 그러기에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사는 국경없는 마을에는 각국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 곳곳에 위치한다. 물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도 있으나, 현대에 들어오면서 인간은 요리라는 일련의 복잡한 행위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혹은 보다 맛있는 음식 때문에 식당을 찾는다.

국경없는 마을에서 식당은 음식을 먹는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거기에는 고향의 음악을 듣고, 고국어로 쓰인 인쇄물을 읽으며, 고향의 물건을 구입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더불어 식탁에 함께 앉아, 고향 음식과 술 한 잔으로 고달픈 이국에서의 삶을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상호에 ‘고향’이란 말이 들어간 상점이 많다. 국경없는 마을에서 식당은 단지 생존만을 위해 먹는 곳이 아니라, 만남과 소통이 있는 또 다른 집이기도 한 셈이다.

최근 국내에도 체인점 형태의 베트남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쌀국수는 이제 내국인들도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베트남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은 고향식당에 가야 한다.

보통명사 고향식당이 아닌 고유명사 ‘고향식당’ 말이다. 원곡동 782-8번지에 위치한 고향식당을 찾아가면 곳곳에 산업연수생이나 이주 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인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역시 손님들은 거의가 베트남인이다.

식당의 여주인 레디 하이동은 베트남인으로,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서 이곳에 베트남 식당을 차렸다. 여주인이 주방을 책임져서인지 베트남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식당이다. 또 식당 여주인이 음식솜씨뿐만 아니라, 언니 같고 누나 같은 따뜻하고 넓은 마음씨에 마음 편히 고향 음식을 먹는 곳이다.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베트남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인 쌀국수인 ‘포’와 베트남 만두 야채쌈인 ‘반다넴’이다. 다른 곳에서 파는 음식에 비해 짠맛이 강하지만, 거의 베트남 현지 식재료를 써서인지 깊은 맛이 우러난다. 찾기가 쉽지 않아 지도를 가지고 찾아가거나, 식당에 직접 전화를 해서 가야 한다. 주변인에게 물어 보아도 혹시 베트남인이면 모를까 거의가 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태국 음식은 맛과 종류 면에서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을에는 태국 식당이 6개소나 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기 있는 곳은 ‘수왈식당’이다. 주인인 김정남 씨는 한때 공단에서 작은 공장을 경영했던 사람인데, 당시 태국인들이 종업원으로 많이 근무한 인연으로 이곳에 태국 식당을 개업했다.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는 우선 식당의 분위기이다. 식당 내부의 인테리어와 각종 소품들을 전부 태국 본토식으로 구성하였다. 더불어 위성TV를 설치해서 항상 태국방송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는 인기 있는 메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주방장과 조리원을 전부 태국인으로 고용해서 태국 전통의 음식 맛을 내고 있다.

태국 음식의 특색은 ‘피갱’이라는 향신료를 음식에 넣어 강하면서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이다.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이 우리의 신선로 같은, 세계 4대 음식의 하나로 인정되는 ‘똠양꿍’이다. 다음으로는 우리의 제육볶음이라 할 ‘남똑무’와 샐러드인 ‘솜땀따이’가 있다. 모두 향이 들어가 시큼하면서도 강한 맛을 내는데, 이 맛이 바로 침을 내고 입맛을 당기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태국음식에 맛을 들인 한국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국경없는 마을의 가운데에 있는 공원을 끼고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컨트리 하우스’가 나온다. 식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코란 구절이 보인다. 망고, 구아바 등 인도네시아산 음료수가 가득한 냉장고에는 이슬람 금식월 라마단 일정표가 붙어 있다. 냉장고 위 텔레비전에선 인도네시아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면 외국인 점원이 ‘짧은’ 한국어로 묻는다. “인도네시아 음식? 방글라데시 음식?” 국경없는 마을에서도 한적한 곳에 위치한 컨트리 하우스는 이렇게 두 가지 음식을 하는 식당이다. 대부분의 원곡동 외국 식당처럼 외국산 식료품과 공산품을 파는 가게도 겸하고 있다. 식사를 하러 들렀다가 인도네시아산 망고나 스리랑카산 향신료를 싸게 살 수도 있다.

이곳을 찾는 이가 즐기는 음식은 주로 양고기로 만든 음식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많이 먹는 ‘모턴 커리’와 얇게 만든 밀가루 빵인 ‘로티’도 많이 찾는다. 커리 5천 원에 로티 두 장을 시키면 7천원. 양고기를 소스에 살짝 찍어 로티에 싸먹으면, 거부한 냄새나 이상한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에 오래 남았다. 그 밖에도 달 커리 4천 원, 탄두리 치킨 1만 2천 원 등이 있는데, 대체로 저렴한 편이다.

인도네시아 음식도 인기가 있다. 양고기 꼬치에 인도네시아식 스낵과 밥이 곁들여 나오는 ‘사테 캄빙’과 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나시고렝’은 각각 6천 원이다. 향신료에 볶아낸 나시고렝은 고소했고, 사테 캄빙은 닭고기 꼬치에 견줘도 느끼하지 않았다. 여기서 파는 20여 가지 인도네시아 음식은 각각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인데, 모두 6천 원씩을 받는다. 여기에 밀크티인 ‘차이’ 한 잔[2천 원]을 후식으로 곁들여도 1만 원짜리 한 장이면 충분하다. 컨트리 하우스가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현지의 맛으로 내오는 비결은 주방에 있다. 이곳의 다국적 주방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출신 주방장과 우즈베키스탄 출신 ‘보조’로 구성돼 있다.

아직도 우리에겐 낯선 나라 우즈베키스탄은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탄생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인지 유럽을 비롯하여 이주 노동자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러시아에서 살다 러시아에서 강제로 이주한 일명 ‘카레이스키’라는 고려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이기도 하다. 국경없는 마을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인들을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국경없는 거리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인 ‘사마리칸트’. 간판에는 CAMAPKAHD KAΦE라고 이상한 문자로 쓰여 있다. 바로 러시아 문자인 키릴문자이다. 사마리칸트는 원래 우즈베키스탄의 대도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양고기 전문 음식점이어서인지 우즈벡인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인도, 몽골, 러시아인 손님도 꽤 많다.

이곳의 대표 음식은 바로 ‘샤슬리’와 ‘샤므사’ 등이다. 모두 양고기 음식으로 양고기를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어서 먹는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가 바로 양파이다. 맛은 쇠고기와 비슷하데 육질이 부드럽고 육고기 냄새가 없어 타 문화권 사람들도 매우 좋아하는 음식이다. 또 많이 먹는 음식이 바로 ‘리뽀쉬카’인데, 우리 한국 사람들의 쌀밥처럼 우즈벡인들이 매 끼니마다 먹는 커다란 빵이다. 특이한 음식으로는 ‘토마토 숯불구이’를 들 수 있다. 이 또한 우즈벡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리뽀쉬카와 샤슬리, 토마토 숯불구이면 바로 우즈벡인들의 정식(定食)이 된다. 이외에도 국경없는 거리에는 유명한 인도음식점인 ‘타지마할’과 인도와 파키스탄 음식을 함께 팔고 있는 ‘알라딘’, 인도네시아 식당인 ‘와룽기타식당’이 위치하고 있다.

원곡동 외국인 식당의 손님은 거의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이다. 그러다 보니 그 나라 특유의 음식을 접할 수 있는데, 음식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에는 곤란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가는 경우는 한국 사람이 자주 찾는 음식을 주문하거나, 본인이 한국인이니 한국사람들이 싫어하는 재료는 넣지 말아 달라고 하면 된다. 몇 차례 방문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음식의 명칭과 재료를 살피면서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배우거나,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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