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7B03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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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 용몽리 시장마을 572-16번지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송수연 |
이규행, 송향주 부부는 함께 세왕주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지역에서 사업을 하면 할수록 지역을 알려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든다면서, 할아버지 대부터 덕산읍에서 80년째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지역이 좋으니까 그런 것이라고 한다. 쌀과 물이 좋고 지역민들이 사랑해 주니 더 이상 개인의 공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두 내외의 마음이 보기 좋다.
[문을 잠시 닫았던 양조장, 그리고 환원 면허]
세왕주조는 뿌리는 1925년 문을 연 덕산양조장이다. 처음에는 다리 건너편에서 공장을 짓고 술을 빚었는데, 큰 홍수가 나면서 1929년에 지대가 높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이곳에서 술을 만들며 공장을 짓기 시작해 1930년에 덕산양조장[지금의 세왕주조] 건물이 완공되었다.
1961년부터는 이규행 씨 아버지가 막걸리와 약주를 만들었다. 당시 각 면마다 막걸리 공장이 하나씩 있었는데, 진천군에는 다섯 개 면이 있었다. 그 다섯 개 면 양조장 사장들끼리 회의를 하여 인건비라도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1990년 진천에 있는 막걸리 공장에서 합동으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덕산양조장 문은 닫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면허는 죽이지 않았다.
이규행 씨 부부는 1998년에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2년 뒤인 2000년에 막걸리 합동이 해산하게 됐다. 결국 부부는 환원 면허를 냈다. 면허를 복원시켜 달라고 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규행 씨는 공장을 수리했다. 당시는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다쳤던 다리가 악화되어 지팡이가 없으면 걷지 못할 정도였으나, 그런 것을 다 참고 수리를 했다. 환원 면허라는 것이 전국에서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 후 2001년 면허가 환원되어 2003년부터 옛날처럼 다시 약주와 막걸리를 만들며 지금까지 하고 있다. 또한 3년 만인 2003년에는 세왕주조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직원들이 오후에는 놀던 적이 있었어요]
세왕주조에 오는 손님들은 제품 카탈로그를 보고 “술 종류가 많네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부부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까 가짓수가 많아요.”라고 말한다. 송향주 씨는 술이 안 팔렸을 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가 내려와 가지고 11년 전만 해도 뭐 이렇게 추석 명절 지나면 한두 달 정도 술이 팔게 없어요. 안 나간다는 거죠.”
명절 때 약주가 나간 것이 그 사이에 풀리게 되고, 상품도 없고 또 종류도 없으니 명절 지난 뒤 두 달 정도는 술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장문을 닫을 수도 없어서 오전에만 술을 만들다 보니 오후에는 직원들이 할 일이 없어 놀러 다녔다.
“그래서 이제 틈새를 메우려고 이것저것 하면서 우리 술 팔아 주시는 사장님들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해 달라는 대로 해 주고 하다 보니까 제품도 다양화가 되고 그런 거죠.”
[큰 힘을 얻었던 2008년]
2008년에는 꼭 하고 싶었던 세왕주조만의 유리병도 만들었다. 사실 세왕주조와 같은 작은 회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유리병을 만드는 것도 힘든 일이어서 보통은 공용 병들을 많이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1월 소기업발전소에서 20개 소기업을 지원해 주는 대상자 중 하나로 세왕주조가 선정이 되었다. 이후 소기업발전소에서 디자인 진흥원과 연계를 해 주어 디자이너들한테 도움을 받아 세왕주조만의 유리병이 탄생한 것이다.
병을 디자인할 때 무엇보다 먼저 생각한 것이 있다. 병에 담기는 것이 우리의 전통주니까 전통적인 선이 살아 있어야 하고 공간도 살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송향주 씨 머릿속에 소금 항아리가 생각났단다.
이규행 씨는 인체공학적으로 완벽한 병 모양이라며 극찬을 한다.
“이것은 기능적으로 아주 좋아요. 종이컵이 손에 딱 맞듯 이 병들도 손에 딱 맞아요. 인체공학적으로 아주 완벽한 병이에요. 제품으로 되었을 때 아주 아름답고 전통미도 살리고 가치가 있는 숙원 사업인 이 병을 만들게 되었어요. 이 병 밑에 세왕주조라고 박혀 있죠. 정말 튼튼해요.”
아내 송향주 씨는 병의 튼튼함을 자랑하며 병이 처음 양조장으로 들어왔을 때를 이야기했다.
“남편이 이 병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툭 떨어트리는 거예요. 저는 깨질까 봐 왜 그러냐고 했는데, 남편이 떨어트렸는데도 깨지지 않는 거예요. 시멘트 바닥이라 흠집만 좀 갔지, 정말 튼튼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병도 튼튼하니까 해외에 수출을 해 볼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큰 힘을 얻었던 2008년도였죠.”
부부가 처음 이곳에 내려와서 사업을 할 때는 전통주라는 것을 그렇게 알아주지도 않았고 3대를 이어서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그저 그랬다. 부부 역시 사실 가업으로 이어지던 것이므로 맥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측면이 컸다. 그런데 2000년이 지나면서 부부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낡은 양조장 건물을 멋있다고 칭찬해 주고, 우리의 전통주를 자랑스러워하고 즐기는 것이 피부로 와 닿는다는 것이다. 부부는 그래서도 더욱 이러한 우리의 멋과 전통을 지키면서 향토 기업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을 위한 일들을 많이 하고 싶다고 말을 하였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