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7A01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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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구산동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황경수 |
농다리길을 따라 외구와 내구, 중리마을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원스레 펼쳐진 경치와 함께 고즈넉이 자리한 농다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농다리전시관을 지나 농다리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면 조롱박터널이 있다. 이곳을 지나서 길 왼편을 보면, 농다리전시관과 농다리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농다리 위를 지나가는 여인들의 그림 위에 머리를 내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재미있는 시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 뒤편에 규모는 자그마해도 비교적 높게 쌓아 올린 돌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돌담은 길 양쪽으로 쌓은 것이 아니라 농다리로 향하는 왼편 길 한쪽에만 약 2.5m 높이로 정교하게 쌓아져 있다.
돌담의 정확한 명칭은 구산동 수호성이다. 이 돌담으로 인해 농다리 쪽에서 마을 쪽을 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농다리와 마을 사이에 이러한 돌담이 쌓아져 있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마을이 한 번에 보이면 화를 면하기 어렵지]
예부터 중요한 길목 역할을 하던 농다리는 피서대 쪽으로 통하는 유일한 농로였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이용해 마을과 농토를 오갔다고 한다. 현재는 길을 넓게 내어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닐 수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만 해도 포장조차 되어 있지 않은 작은 길이었다.
1992년의 어느 날이었다. 용고개[살고개]를 넘어 구산동마을을 찾아왔던 한 스님이 마을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마을에 큰 우환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했다. 평화롭고 조용하게 살던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믿을 수도,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어서 난감했다. 어찌됐든, 마을 사람들은 그 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스님에게 물어 보았다. 스님은, 농다리 쪽에서 마을로 들어서면 너무 한꺼번에 마을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액운이 쉬 들어올 수 있는 형상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농다리에서 마을 쪽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막아서 바깥에서 마을이 잘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 스님 말대로, 지금도 진천읍에서 구산동 방향으로 들어오는 길목인 외구마을 입구에서는 구산동마을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요새 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농다리 쪽에서는 돌담이 없다면 마을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이고, 우연히 마을을 지나가던 스님이 보기에, 마을이 외부로 너무 훤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마을에 화가 닥칠 수 있다는 말을 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스님 말을 믿기로 하고, 마을이 보이지 않게 담을 쌓기로 결정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쌓은 돌담]
당시 마을에서 젊은 층에 속했고, 평소 손재주가 좋아 손수 자신이 사는 집을 짓고 마을의 몇몇 집을 지어 주고 보수도 해 주던 임기용 씨의 주도하에 방향을 정하고 돌담을 쌓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1992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마을 사람들이 돌담을 쌓기 좋은 돌들을 모은 뒤 쌓기 시작해 현재의 튼튼한 돌담을 만들게 된 것이다.
돌담의 높이는 약 2.5m, 넓이는 약 5m로, 농다리에서 벽화가 그려진 터널 아래를 지나 마을 쪽을 바라보면 돌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마을이 한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튼튼하게 돌담을 쌓아서인지, 구산동마을은 천연의 요새라는 명성에 걸맞게 특별한 사고 없이 현재까지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을을 유지하고 있다.
돌담은 자연석을 이용해서 만든 아름다운 농다리와 함께 운치 있는 마을길을 완성하며 구산동마을의 경치에 한몫을 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 역시 비록 규모는 작지만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는 돌담이 있어서 큰일 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