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7015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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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王神主- |
영어의미역 | Story of An Ancestral tablet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사석리 |
집필자 | 박명순 |
[정의]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사석리에서 왕신주단지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사석1구 주민 유일현(남, 80)이 구연한 것을 채록하여 1997년 서원대학교 호서문화연구소에서 출간한 『진천의 민속』에 수록하였다.
[내용]
옛날에 한 여인이 시집을 갔다. 그런데 시댁에 들어서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제쳐두고 일단 왕신주단지에 먼저 절을 하라는 것이었다. 왕신주단지는 신랑 집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로서 ‘신주단지 위하듯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시엔 귀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부인의 눈에는 염으로 감아 놓은 왕신주단지가 별 볼일 없는 물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부인이 “난 거기다 절 안 해요.”라고 말하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노발대발이었다. 어른 말이라면 네네 고개를 숙이고 대꾸도 못하는 시대였는데, 며느리라고 들어와 처음부터 말을 딱 잘라 대니 시어머니는 “아이고, 며느리 잘못 얻어 집안 망하겠다.”며 땅을 쳤다. 시아버지는 더욱 화를 내며 “어서 하라면 하지 않고!” 하며 며느리를 야단쳤다. 그러나 부인은 “난 죽어도 못한다.”며 버텨 맞섰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밤새도록 “며느리 잘못 얻어서 집안이 망하겠다!”며 서로 닭싸움하듯 싸웠다. 아들은 아버지, 어머니가 노심초사하며 밥도 안 먹고 끙끙대는 걸 보고는 부인에게 “어머니, 아버지가 누워서 저렇게 밥도 안 드시고 걱정을 하니 그냥 절을 해라.”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부인은 “난 그런 것에 절하지 않습니다.”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편 입장에서는 부인을 적당히 잘 얻은 듯하였으나 어머니, 아버지가 다 죽을 판이라 아들은 부인을 친정에 보내기로 하였다. 아들이 “신주단지에 절을 하지 않을 거면 당장 친정으로 가라!”고 말하자 부인은 “죽으면 죽었지 나는 한 번 왔으면 다시 못 간다.”고 버텼다. 왕신주단지 때문에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부인은 새벽에 일어나서 구정물을 펄펄 끓여 왕신주단지에 끼얹었다. 날이면 날마다 구정물을 왕신주단지에 퍼부었다.
어느 날 저녁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꿈을 꾸었는데 귀신이 나타나 “어떤 계집년인지 이렇게 독한 년이 집안에 들어와 나를 못살게 하냐? 내 그년을 잡아간다!” 하고 또, “너희 식구 다 잡아간다!” 하는 것이었다. 시부모는 잠에서 깨서 며느리한테 “어허, 이거 큰일 났다. 너 무슨 일을 했기에 내가 이런 꿈을 꾸니?” 하며 다그쳐 물었다. 그러나 며느리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시치미를 뚝 떼었다. 그리고는 한 1년을 그렇게 왕신주단지에 구정물을 퍼부었다.
1년이 지나자 시부모가 시름시름 앓더니 세상을 떠났다. 부인은 장례를 치르고 난 후에도 만날 왕신주단지에 구정물을 쏟아 부었다. 세월이 흘러 부인은 아들 형제를 낳았다. 어느 날 저녁에 부인이 꿈을 꾸었는데 귀신이 나와서 하는 말이 “네 년이 어떻게 생긴 년인지 두고 보면 알겠지. 네가 아들 둘 낳은 거 내가 하루 저녁에 하나씩 잡아갈 거다. 그러니까 네 마음대로 한 번 해 봐라!” 하는 것이었다. 이에 부인은 꿈속에서도 “마음대로 해라. 잡아갈 테면 잡아가고 마음대로 해!”라고 말했다.
부인은 꿈은 상관없이 그냥 죽어라고 왕신주단지에 자꾸자꾸 구정물을 끼얹었다. 꿈에서는 계속 “오늘 저녁에 잡아갈 거다!” 또 “내일 저녁에 잡아갈 거다!”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날 아들 하나가 갑자기 죽었다. 꿈속에서 “너 그래도 그 지랄을 할 거냐?” 하고 귀신이 말하자, 부인은 “잡아가라. 여러 말 할 거 없어!” 하였다. 그리하여 아들 둘이 다 죽었는데, 또 꿈속에서 “네 서방도 잡아갈 거다!” 하여 부인은 또 “잡아가거라!” 하였다. 마침 남편이 외출을 했었는데 또 아들 둘과 같이 죽게 되었다.
어느 날 밤 부인이 잠을 자고 있는데, 뭐가 휙 하고 들어와 눈을 뜨고 보니 가까이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부인은 ‘여기 귀신이 들어왔구나!’ 생각하고 문을 열고 나가서 자루에 담긴 고추를 아궁이에 한 가마니 쏟아 놓았다. 그리고 문구멍을 다 막고 문을 걸어 잠가 놓았다. 그러니까 귀신이 “아, 이 독한 년. 고추를 다 쏟아 놓았네!” 하고 말하였다. 이에 부인은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됐으니 마음대로 하거라!” 하고는 고추를 쏟아 놓고 방에다 불을 질렀다.
고추가 타니 매운 냄새가 방 안에 가득하였다. 암만 귀신인들 매운 고추 냄새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귀신은 꽥꽥 소리를 지르며 난리였다. 문구멍도 막혀 나갈 수가 없었다. 부인은 죽기 아니면 살기라고 악을 쓰고 버티고 있는데, 이웃 노인 하나가 보니 연기는 자욱하고 안에서는 아무 기척이 없었다. 이웃 노인이 방문에 대고 “아무개 양반, 집에 있느냐? 있느냐?” 하여도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이때 방에서 독한 냄새가 나면서 “아, 그년 때문에 밥도 못 얻어먹었다. 어디 사당에라도 가서 얻어먹어야겠다!” 하면서 귀신이 막 도망을 갔다.
[모티프 분석]
「왕신주단지 이야기」의 주요 모티프는 ‘왕신주단지 귀신의 보복’과 ‘왕신주단지 귀신을 물리친 부인’이다. 시집 온 부인에게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왕신주단지에 절을 하라고 하니 그런 것에 할 수 없다고 하며 고집을 부려 급기야 시부모와 남편, 아들이 모두 죽었지만, 부인은 뜻을 굽히지 않고 귀신과 기 싸움을 벌여 결국 왕신주단지의 귀신을 쫓아내었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