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향은 원곡동이 아니다. 내가 태어나 어른이 되기까지 살았던 곳은 여기에서 멀지 않은 선부리 달미라는 곳이다. 선부리는 지금의 단원구 선부동으로, 반월공단이 조성되면서 공단의 배후 주거 단지로 대규모 택지가 조성된 곳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과 장가가서 다섯 형제를 낳았던 집, 그리고 집 주변에 있던 농토는 모두 없어지고, 이제 그 위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와 집을 짓고 살...
국경없는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첫 이미지는 이국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안산역 앞 지하고가에서 원곡본동주민센터에 이르는 국경없는 거리를 지나거나, 외환은행에서 원곡공원으로 난 원본1길을 걷다보면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촬영장처럼도 보인다. 주변에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고, 양옆 거리에 들어선 가게의 간판이 그렇고...
원곡동은 상점과 주택이 혼재되어 있는 지역이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상가와 주택가의 배치가 익숙하여 그 나름의 기준과 질서가 있어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지만,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는 마을 곳곳에 산재한 문화의 다양성만큼이나 무질서하게 보인다. 현란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상점 바로 옆에 수십 가구가 사는 다가구 주택들이 위치한다. 주택들이 이어지는 끝 지점에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