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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갔던 백로가 돌아오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B020203
지역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 삼천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현우

근래 들어 삼천리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하얀 날개를 펼치며 마을 앞 논밭을 날아다니는 백로들이다. 마을의 앞뜰에 언제부터인가 백로가 다시 찾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백로는 해마다 봄이 되면 찾아오는 삼천리 마을의 귀한 손님이었다. 조희복 옹은, 예전 어른들이 마을에 백로가 들면 마을이 부유해진다고 믿어서 백로를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런 믿음은 백로의 모습이 하얗고, 부리와 다리가 가늘고 길어 우아하고 아름답게 생겼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백로는 낯선 사람이 마을에 찾아오면 소리 내어 울어서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장소진 씨는 백로들의 종류는 잘 모르지만 요즘 들어 ‘부리가 까맣고 몸집이 큰 놈’, ‘뒷머리가 노랗고 주둥이도 노란 놈’, ‘뒤꽁지가 긴 놈’ 등 여러 종류가 찾아오고 있다고 말한다.

백로과 조류는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흑로 및 왜가리 등으로 지구상에 모두 12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5종이 있다. 머리 뒤에는 2개의 댕기가 있으며, 가슴과 허리, 양 넓적다리에 가루 같은 솜털이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 가루솜털을 바르면 내수성이 강하고 또한 더러움을 씻을 수도 있다고 한다. 백로는 마을 가까운 산림이나 대밭에서 집단을 이루어 둥지를 만들고 산다. 이 때문에 백로의 배설물로 인해 백로가 둥지를 틀고 있는 나무들이 고사(枯死)하는 경우가 많다.

백로는 강가와 저수지, 얕은 바닷가에서 주로 생활한다. 열대에서 온대에 이르는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백두산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번식한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하천과 호수, 간석지 등에서 볼 수 있으며 개구리와 물고기, 뱀 등을 잡아먹는다.

삼천리 마을의 귀한 손님이었던 백로는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찾아오는 마리 수가 줄어들더니 1990년대 초반에는 한두 마리만 찾아오고 거의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장소진 씨는 백로가 삼천천이 오염된 뒤로 오지 않게 된 듯하다고 말한다. 삼천천 상류인 군포 지역에 ‘대영금속’이라는 공장이 생긴 이후 냇물이 급속히 오염되어서 물고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또한 안산 신도시와 반월공단이 생긴 이후에 생긴 하천과 공기의 오염도 한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희복 옹은, 농약을 많이 쳐서 생긴 하천의 오염도 큰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농약을 먹고 죽은 백로를 보고 마음이 언짢은 일이 있었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백로가 다시 마을을 찾아드는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향을 떠난 자식이 돌아온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 삼천리 중에서도 윗삼천리에 위치한 여기뜰과 하천에서 백로들이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삼천천 상류에 있던 ‘대영금속’이 없어지고, 삼천리의 농업이 예전처럼 농약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저농약 농업으로 바뀌면서 삼천천이 맑아진 결과로 생각된다.

상류의 오염원이 없어지고 채소를 키우는 데 사용하는 농약의 수와 양을 줄이면서 하천이 덜 오염되자, 다시 개구리가 뛰놀고 물고기가 많아지면서 이것들을 잡아먹는 백로의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된 것이다.

장소진 씨는, 요즘에는 날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백로들이 겨울이 되어도 떠나지 않고 마을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단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엄청 추워서 이른 아침 문고리에 손을 대면 손이 쩍쩍 달라붙었는데 요즘은 그만큼 춥질 않으니 백로들도 그냥 사나 보다 하고 마을 사람들끼리 얘기합니다.”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장소진 씨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는 백로들의 우아한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마을이 점점 부유해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다시 찾아온 백로를 소중하게 보살필 것이라며 즐거워하였다.

[정보제공]

  • •  조희복(남, 1929년생, 건건동 거주)
  • •  장소진(남, 1942년생, 건건동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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