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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A010105
지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시대 조선/조선
집필자 신대광

고주물의 마을 회관에서 소목고개로 가다가 수은행나무에 다다르기 전 왼쪽으로 보면 자그마한 고개가 있는데, 이 고개가 달맞이고개이다.

달맞이고개는 옛날부터 마을에서 대보름날 달맞이 행사를 하던 장소이자 한 해 농사를 점치던 중요한 장소였다. 매년 새해 대보름날 저녁이면 나이 지긋한 어른들을 중심으로 달맞이고개에 모여든 마을 사람들은 마을 회관 맞은편 산봉우리들 가운데 보름달이 어느 위치에서 뜨는지를 보고 흉년인지 풍년인지를 가렸다고 한다. 풍년이면 논농사가 풍년인지 밭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이면 그것이 논농사인지 밭농사인지도 예측했다고 한다.

그리고 달이 뜨는 순간 마을 주변 산들의 여러 봉우리에서는 달집을 태우는 불길들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이웃 마을에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박순기 전 통장이 옛 추억 한 자락을 떠올렸다.“대보름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재미있는 꺼리가 있었지. 어른들은 달맞이고개에 모여들고, 아이들은 논두렁으로 가고, 젊은이들은 산으로 올라갔는데, 달이 뜬 어두운 밤에 산마루와 논두렁에서 펼쳐지는 불놀이가 장관이었어. 요즘의 폭죽놀이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가 있었어. 특별히 젊은이들은 이웃 마을에 지지 않으려고 여러 날을 준비했는데, 송진이 잔뜩 밴 소나무를 도끼로 잘게 쪼개 지게로 한 짐씩 지고 산에 올랐지. 이웃 마을보다 불길이 약하면 흉년이 든다고 어른들도 격려를 했으니 오죽 신이 났겠어.”

달맞이고개는 원래 고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사지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집을 새로 짓고 길을 내어 고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오르막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거리 중 하나는 날씨이다. 오늘날은 그나마 기상예보라는 것이 있어 나은 편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한 해 농사 걱정이 대보름부터 시작되었음은 당연한 일일 듯하다.

한편 너빌마을에서도 대보름의 달맞이 행사는 거창했단다. 김연권 전 통장이 젊었을 적 대보름 달맞이 행사를 기억해냈다. “대보름 전날에는 집집마다 떡을 해 먹었어. 그리고 보름날이 되면 밤에 마을 사람 모두 달터에 모였어.

지금 통장 댁이 있는 그 곳이 달터인데,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그 자리야.

저녁을 먹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뒷산에서 달이 뜨는 것을 지켜봤어. 그 때 마을 어른들이 들려주신 얘기가, 달이 뜨는 것을 제일 먼저 보는 총각이 제일 먼저 장가를 간다고 해서 서로 먼저 본다고 야단이었지. 마을 어른들은 모여서 마하산의 정상 부근에 달이 뜨는 위치를 보면서 그 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예측하셨어. ‘저쪽에서 달이 뜨는 것을 보니 에이, 올 해 농사는 흉년이야’ 하시기도 하고, ‘저쪽에서 뜨는 것을 보니 올 해 농사는 풍년이야’ 하시기도 하고. 그 때 어르신들은 다 오랜 농사 경험으로 그렇게들 말씀하신 거라 모두 그렇게 믿었어.”

김연권 전 통장에 따르면, 어릴 때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달맞이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한다. 마을 청년들은 지금 오정각이 있는 그 뒷산으로 올라가 달집을 태웠는데, 이곳저곳 봉우리마다 달집을 태워서 사방이 마치 봉화불이라도 올라온 것처럼 연기와 불길이 솟았단다.

그러면서 김연권 전 통장은 “어휴, 그 때 모습은 장관이었어, 대보름날 달맞이 행사는 한밤중에 각 마을마다 달집태우기 행사를 하는 통에 사방이 난리였어.”라며 옛일을 추억했다.

마을의 청장년들이 대보름의 달맞이 행사에 열심이었던 것은, 물론 볼거리도 많았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경험담을 한 마디라도 더 귀담아 들어서 한 해 농사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고 소망했기 때문이리라. 2008년 현재 고주물너빌에서는 달맞이 행사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때의 추억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정보제공]

  • •  박순기(남, 1926년생, 화정동 거주, 화정동 전 통장)
  • •  김광권(남, 1929년생, 화정동 거주, 화정동 전 통장)
  • •  김연권(남, 1929년생, 화정동 거주, 화정동 전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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