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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C010202
지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민

어느 마을이든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은 마을 사람이거나 방문자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원곡동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도 거주자와 방문자로 나뉜다. 거주자들에게 마을에서의 시간은 연속적이지만, 방문자들에게는 마을에서의 시간이 분절적일 수밖에 없다. 마을 사람에게 마을은 객체가 아닌 생활 세계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방문객에게 마을은 생활 세계라기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 전락한다.

국경없는 마을의 방문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를 집계할 수 없기에 정확한 자료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등록 외국인 수가 증가하고, 지역에서 집이나 상점의 신축·개축이 계속되고 있으며, 상점의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식당이나 상점 혹은 관련 시민단체나 관공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러한 추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찾아오는 목적도 매우 다양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분포도 매우 다양하다. 취재를 위해 찾아오는 기자들부터 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살피기 위한 학자, 다문화 행정을 펼치기 위한 공무원, 이국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호기심에 온 대학생, 봉사활동을 위해 멀리서 온 자원봉사자, 작품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카메라 작가까지 많은 이들이 원곡동을 찾는다. 찾아오는 이를 살펴보고 그들이 찾아온 동기와 활동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원곡동의 볼거리는 넘친다.

평일에도 찾는 이가 많은 원곡동이지만, 아무래도 방문자가 많은 날은 역시 쉬는 날이다.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원곡동의 거리는 인파로 넘치고, 소란스러운 동네가 된다. 가장 눈에 띄는 방문자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국경없는 마을에 사는 친지를 만나러 오거나, 혹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자들이다. 그들이 꼭 들르는 곳은 단골 식당이다. 그들에게 식당은 식당, 슈퍼마켓, 생활에 요긴한 정보 수집처, 만남의 장소, 망향의 집이다. 힘든 타국 생활이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친지나 동료를 만나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한국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일자리를 알아볼 수 있고, 뜻하지 않게 동족 이성을 만나거나 만남의 장소는 보통 자기 나라 음식을 파는 식당인데, 평소에는 먹기 힘든 자기 나라 음식, 자기 나라 음악, 혹은 TV나 영화를 보면서 마음껏 먹고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만나는 사람은 공단에 다니는 친구일 수도 있고, 법무부 소속 공무원의 눈을 피해 이 마을에 온 비정규 외국인 이주 노동자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과 결혼해 이제는 한국인이 된 친지일 수도 있다. 그들은 멀리 경상남도 거제에서부터 가까이는 화성이나 시흥에서 오는 사람도 있다. 일요일 문을 여는 은행에서 송금을 하거나, 때맞추어 열리는 고국 문화를 테마로 한 축제에 참가하러 온 사람도 있다.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더 나은 직장을 찾거나, 실직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이도 있다.

특별한 목적 없이 원곡동에 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국경없는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무언가 재미있는 사건을 찾거나 만들면서 모처럼 쉬는 날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 중에는 잠깐 동네 구경을 하려 왔다가 원곡동에 눌러 앉은 경우도 많다.

내국인도 이 마을을 많이 찾는다. 다양한 이국 문화를 한 장소에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이국의 문자로 쓰여진 간판, 처음 보는 이상한 과일을 파는 식료품 가게, 도무지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을 파는 잡화상과 그곳을 빈번하게 출입하는 이국적인 사람들에게서 그들은 색다른 문화의 향취를 느낀다.

원곡동에는 외국인만의 업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식당을 비롯한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한국 업소를 찾는 손님 또한 많다. 문을 연 지 20년이 넘는 한정식 집도 있고, 해장국집, 갈빗집 등을 보면 원곡동은 한국의 여느 동네와 다름없다. 식당 옆에는 원불교 교당도 있고, 자동차수리점도 있으며, 이용자가 누군지 잘 모르는 모텔들도 즐비하다. 은행도 매우 많아 평일에는 내국인 이용자도 많다.

주말에는 모처럼 부모님 혹은 친척 집을 방문하는 내국인도 있다. 이주민 단지에서 태어나거나, 초·중등학교를 보내고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원곡동 출신 사람도 제법 있다. 그들의 부모나 친척은 나이가 들어 원곡동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 동네에서 남은 삶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가끔씩 자기나 낳은 자식들을 만나거나, 혹은 자식이 낳은 후손들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는 원곡동의 원주민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그 시간상의 차이가 있을 뿐, 거주하는 이도 처음에는 단순한 방문인이었다. 방문인과 거주인의 구별이 쉽지 않는 곳, 그곳이 바로 국경없는 마을 원곡동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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