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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의 「회다지 소리」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B010302
지역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 삼천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현우

「회다지 소리」는 사자(死者)를 장례지내는 장례 의식 중 분묘(墳墓)를 완성할 때에 부르는 노래로서 지방에 따라 「달구 소리」, 「달구질요」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회다지’는 땅 속에 매장한 시신에 물이 스며들지 않고, 장사를 지낸 후 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분묘의 형태가 변하거나 뭉개지지 말라고 차곡차곡 다져주는 작업이다. 또는 산짐승에 의해 시신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하는 작업이다. 회다지를 할 때 생석회를 흙에 섞어서 다져 주기 때문에 ‘회다지’라고 부른다.

장례 의식요는 우리나라의 전통 사회에서 면면히 전승되어 온 구전민요로서, 인간의 통과의례 중 가장 절대적이고 신비한 죽음에 임하여 불리는 노래로, 본질적인 면에서 장례의식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다.

장례 의식의 진행상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장례 의식요는 사자의 천도와 명복을 비는 의식요적 기능과 함께 상여를 메고 나갈 때나 시신을 땅에 묻고 흙을 다지면서 부르는 노동요적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특히 「회다지 소리」는 매장을 중시하는 우리 고유의 장례 풍습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의식요로서 무덤을 사후의 가옥으로 인식하여 사자를 평안히 모시고자 하는 매장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가장 한국적인 의식이 담긴 노래라 할 수 있는데, 장례의식의 진행 과정상 분묘를 만드는 작업이 요구되므로 가창 방식이나 율격(律格) 면에서 노동요의 성격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러한 「회다지 소리」는 집터를 다지거나 땅을 다지는 데 쓰이는 「지경 소리」와는 구별된다. 즉 지경다지기를 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생산과 건설에 직접적 혹은 기능적으로 관련된 노동요로 불리는 것과는 달리 「회다지 소리」는 의식적 행위에만 관련되는 매우 한정된 노동요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구별이 된다. 또한 내용면에서도 사자(死者)의 명복을 빌고 명당에서 발복하기를 기원하는 의식요의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삼천리 마을에서는 예부터 상여가 나가기 전날이나 당일 미리 장지에 땅을 파고 광중을 만든다. 상여에서 광중에 관을 넣는 하관이 진행되면 둘레의 빈 공간을 고운 흙으로 채우고 폐백을 드리고, 횡대라고 하는 두툼한 송판을 덮고 상주와 고인의 가까운 지인들이 삽으로 흙을 퍼서 횡대의 상·중·하 세 군데에 흙을 뿌리는 취토를 한다. 조희찬 옹은, 원래 취토란 나중에라도 이장(移葬)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시신을 모신 널 자리를 표시하기 위한 표식으로, 원래는 검은 재를 뿌려야 하지만 보통은 형식적으로 주변의 흙을 뿌려 준다고 한다.

취토가 끝나면 일꾼들이 삽이나 가래를 이용해 흙을 채우고 6명의 회다지꾼들이 연춧대[상여를 멜 때 좌우로 걸치는 묵직한 나무 각목]를 들고 메워진 광중 위로 둥글게 올라선다. 그러면 선소리꾼이 삽이나 괭이자루를 짚고 묏자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봉분 뒤쪽에 올라서서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움직이고 박자를 맞춰 가며 선소리를 한다. 회다지는 대개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데, 「회다지 소리」도 작업의 진행에 맞춰 세 단계로 나누어 부른다.

처음으로 흙을 다지는 첫 번째 회다지에서는 고인을 위한 봉분을 만드는 작업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를 하여, 회다지꾼들과 호흡을 맞추고 따라온 사람들에게 의식의 시작을 알린다.

군방네, 군방네 에에 다름이 아니오라/ 삼천리에 사시던 유모대인께서/ 이세상을 닫으시고 저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인생은 백년을 살아봐야 병든날, 잠든날, 걱정근심을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사는 인생인데/ 우리 살아생전에 자선사업을 많이 하여 내생길을 닦아갈 제/ 마지막 가는 고인에게 만년유택지를 잘 지어봅시다/ 에~~이~~혀~~ 달~~구~~~

첫 번째 달구질이 끝나면 다시 한 번 흙을 채우고 두 번째 회다지를 반복한다. 이 때 부르는 내용은 전승 형태와 소재, 주제 등에 의거하여 이별형, 유택 ․허무형, 풍수지리형, 회심곡형, 즉흥창작형 등 5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삼천리 마을에서 불리는 「회다지 소리」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회심곡형 내용이 많다. 회심곡형은 회심곡형 무가(巫歌)와 그 내용이 상통하는 것으로 고인의 탄생부터 성장·노쇠·득병·치병·신세자탄·임종·권선 등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삶의 일대기가 펼쳐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삼천리의 「회다지 소리」는 소리를 통해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는 것보다는 살아남은 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순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다.

[메김소리, 선소리]

달구닺는 군방님네/ 이내말을 들어보소/ 등맞추고/ 배맞추어

먼데분을 듣기좋고/ 가깐데분은 보기가좋게/ 일심협력 잘다져봅시다

우리인생 한번가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세상천지 만물중에/ 사람밖에 또있는가

여보시오 시주님네/ 이내말을 들어보소/ 이세상에 나온사람/ 뉘덕으로 나왔는가

석가여래 공덕으로/ 아버님전 뼈를빌고/ 어머님전 살을빌어/ 이내일신 탄생하여

한두살에 철을몰라/부모은덕 입을소냐/ 이삼십을 당도하여/ 부모은덕 못다갚아/ 어이없고 애달코나

우리인생 늙어지면/ 다시점지 못하리라/ 인간백년 다지내야/ 병든날과 잠든날과

걱정근심 다제하면/ 단사십을 못산인생/ 어제오늘 성튼몸이/ 저녁나절 병이들어

섬섬약질 가는몸에/ 태산 같은 병이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는것은 냉수로다

인삼녹용 약을쓰니/ 약효험이 있을소냐/ 판수불러 경읽은들/ 경덕이나 있을소냐

무녀불러 굿을한들/ 굿덕이나 있을소냐/ 제미쌀을 쓸고쓸어/ 명산대천 찾아가서

상탕에 메를짓고/ 하탕에 수족씻고/ 촛대한쌍 벼러놓고/ 향로향합 불같추어

소지한장 든연후에/ 하나님전 비나이다/ 칠석님전 발원하고/ 신장님전 공양한들

어느성현 알음있어/ 감응이나 할가보냐/ 이소리로 해보내나/ 딴소리로 해봅시다

[전반 받는 소리, 뒷소리]

에헤에 달구

다시 한 번 흙이 채워지면 3번째 달구질을 위해 선소리를 메긴다. 이때의 소리는 두 번째 「회다지 소리」보다 빠른 박자로 진행된다. 이때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가족의 애끓는 심정을 위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마지막으로 사자(死者)의 명복을 비는 끝맺음의 선소리로써 회다지는 마무리가 된다.

불쌍하다 이내일신/ 인간하직 망극하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서러마라

명년다시 돌아오면/ 너는다시 피련만은/ 우리인생 한번가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북망산 돌아갈제/ 어찌갈고 심신홀로/ 사정없는 길이로다/ 언제다시 돌아오나

이세상을 하직하니/ 불쌍하고 가련하다/ 처자에 손을잡고/ 만단설화 못다하여

정신차려 살펴보니/ 약탕관을 버려두고/ 지성구호 극진한들/ 죽은목숨 살을손가

옛노인 말들으니/ 저승길이 멀다더니/ 오늘내가 당하여는/ 대문밖이 저승이라

친구벗이 많다한들/ 어느누가 동행할까/ 구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허배하고

대문밖을 썩나서니/ 적삼내여 손을들고/ 혼배불어 초혼하니/ 없던곡성 난자하다

일직사자 손을끌고/ 월직사자 등을밀어/ 풍운같이 재촉하여/ 천방지방 몰아갈제

높은데는 낮아지고/ 낮은데는 높아진다/ 이세상을 떠나가면/ 언제다시 돌아오나

몇년이때 제사때나/ 집을찾아 오시려나/ 땅에 묻은 삶은밤이/ 싹나시면 오시려나

병풍에 그린황계/ 네활개를 활활치며/ 자른목을 길게뽑아/ 꼭기오울면 오시려나

높은산이 평지되면/ 집을찾아 오시려나/ 모란봉이 변하여서/ 대동강이되면 오시려나

서산에 지는해는/ 매일아침에 일출하고/ 우리인생 한번가면/ 다시오기 어렵구나

저세계를 들어가면/ 청춘백발 도시없고/ 생로병사 끊어지면/ 장생불사 하신다니

어서가세 바삐가세/ 극락세계로 어서가세/ 이내일신 누울자리가/ 천하명당 여기로다

이세상을 하직하니/ 불쌍하고 가련하다/ 이소리로 해보내나/ 그렁저렁 끝을낼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극락세계로 가옵소서

[후반 받는 소리]

어허어허 어허리논차 어화

삼천리마을의 장례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대부분 운구차를 사용하여 꽃상여는 물론 마을 사람들이 상여를 메는 경우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상여는 운구차가 대신하고, 선소리를 받아 후렴구를 넣으며 차곡차곡 다져 가던 회다지꾼들의 역할도 이젠 굴삭기가 대신하게 되어, 이전처럼 격식을 갖추어 봉분을 쌓는 일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정보제공]

  • •  조희찬(남, 1930년생, 건건동 거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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