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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등거리 입은 소금장수」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01545
영어의미역 A Salt Dealer Wearing A Sleeveless Jacket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작품/설화
지역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집필자 이현우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설화|보은담
주요 등장인물 소금장수|천자|군졸|호랑이
관련지명 사동|압록강|백두산지도보기
모티프 유형 날씨 예지 능력|호랑이의 구완|호랑이에게 얻은 비수와 염랑|천자의 천일창 구병

[정의]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서 소금장수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소금등거리 소금장수」는 날씨를 예견하는 능력을 지닌 소금장수가 호랑이에게 은혜를 베풀고, 그 보은의 대가로 천자의 병을 고쳐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보은담이다.

[채록/수집상황]

1989년 5월 29일 경기도 안산시 사동으로 현지조사를 나가 주민 박영태[남, 89]로부터 최내옥·김용덕 등이 채록하였는데, 이는 1989년 한양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발간한 『한국학논집』16에 실려 있다. 그 후 1999년 안산시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안산시사』에 이정태가 재정리하여 전재하였다.

[내용]

안산시 사동에는 예전에 갯벌이 많았으며, 따라서 소금을 굽는 염전도 많았다. 그런데 예전에는 시종 햇볕에 말리는 게 아니라 불을 땐 후 그걸 햇볕에 말려서 소금을 만들었으며, 그게 바로 조선 소금이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염전을 하는데 삼대를 내려오면서 소금등거리라는 것을 입었다. 그런데 이 소금등거리에 온통 소금기가 배어 버석버석해 말가죽 같았다. 그래도 그는 늘 이것만 입고 살았다. 소금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어디 구경을 가도 그걸 입고서 갔다. 왜냐하면 하도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불을 때서 며칠을 갈고 썰고 하여 소금이 콩가루처럼 되면 이것을 볕에 내다 펴서 말리곤 하였다. 그런데 소금등거리 입은 사람이 “아, 비 오것다. 이제는 소금을 들여야겠다.” 하면 영락없이 비가 왔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이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서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그 사람 참 용타.” 하고 생각하였다.

한 번은 이 사람이 그 등거리를 입고 구경을 갔다. 가까운 고을 사람들이 꽤 모여 아주 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이 한나절쯤 지나자 동행을 붙잡고 “아, 비 오것다. 어이 가자구.” 하면서 보챘다. 그 때 날은 아주 멀쩡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저 사람 미친 거 아니야? 하늘이 쨍쨍한데 비가 오다니 원.” 하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소금등거리 입은 사람 일행이 자리를 뜬 얼마 후 아니나 다를까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 참 용하구나 용해! 그 정도 재주면 대국[중국] 천자의 병도 고칠 수 있겠군.” 하면서 입을 딱 벌렸다.

실제로 당시 대국의 천자가 천일창으로 꼼짝도 못한다는 소문이 조선 천지에 쫙 퍼져 있었다. 천일창이 나 양미간이 대접 엎어 놓은 것처럼 부어올라 돌아다니지도 못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조선에 사신을 보내 “조선의 명의를 찾아 보내라.”고 하였다고 한다. 대국의 명의도 못 고친 천일창을 “내가 용하니 보내 주시오.” 하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조선 조정은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그런데 소금등거리 소금장수의 소문이 조정에까지 알려져 급기야는 “그 사람이 그처럼 용하다면 천자의 병도 고칠 수 있겠다. 어서 찾아 보내라.”는 어명이 떨어졌다. 그리하여 소금장수는 하루아침에 억지 명의로 둔갑하여 대궐로 끌려 올라갔다. “네가 만사를 꿰뚫어 보는 신통력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국 천자가 천일창이 심해 명의를 찾아 보내라는구나. 어서 빨리 대국으로 건너가 그 병을 고쳐야겠다.”

소금장수는 너무 두렵고 떨려 아무 변명도 대꾸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제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신통력이 없다고 하면 사람들을 현혹시킨 못된 놈이라고 죽일 것이고, 신통력이 있다고 하면 낯선 대국 땅까지 불려가 거기서 병을 못 고쳐 죽을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소금장수는 가만히 궁리를 해 봤다. ‘여기서 죽든 거기 가서 죽든 아무튼 죽기는 죽을 거야. 그렇다면 에라 어디 대국 구경이나 한번 실컷 하고 죽어야겠다.’ 하고 배짱으로 나갔다. “제가 한번 천자의 병을 고쳐 보겠습니다.” 이래서 소금장수는 벼락감투를 쓰고 길을 떠났다. 그냥은 못가니까 감투를 씌워 주어야 간다고 떼를 써서 벼락감투까지 쓰고 갔다.

길을 떠난 얼마 후 대국이 바라보이는 의주 압록강가에 이르러 사처를 잡고 하룻밤을 보내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한 세상 태어나 부귀영화는 고사하고 제 명에도 못 죽게 생겼으니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밤이 깊어 마침 뒤를 보러 갈대숲으로 들어가 바지를 내리는데 별안간 집채만한 조선 호랑이가 다가와 떡 엎드리는 것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소금장수는 너무 놀라 기절할 뻔했다. 그런데 이 호랑이는 웬일인지 덤벼들지 않고 으르렁거리기만 하였다. 소금장수는 이판사판 오히려 태연해졌다. “이왕 죽을 목숨, 너한테 잡아먹힌들 한이 있겠느냐. 어서 잡아 먹거라.” 그런데 이 조선 호랑이는 아니라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연신 소금장수 앞으로 등을 내밀었다. “그래, 네 등에 타라는 거냐?” 그러자 호랑이는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맞을, 이건 또 무슨 영문이야. 죽는 것도 쉽지 않구나.” 그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갈기를 붙들고 잔등에 올라앉았다.

그러자 호랑이는 훅 하더니 어느새 금방 함경도 백두산으로 들어섰다. 백두산 중턱쯤에 큰 바위굴 있는데, 호랑이는 이 바위굴 앞에 소금장수를 내려놓고는 굴 안으로 들어가 아주 바짝 말라 가죽만 남은 암호랑이를 데리고 나왔다. 암호랑이는 입을 딱 벌리고 소금장수 앞으로 다가왔다. “그랬구나. 배고픈 마누라가 생각나 혼자 먹을 수 없었다는 거지. 그놈들 금실 한번 좋구나. 너 이놈들, 잡아먹으려면 빨리 잡아먹어라. 오래 지체할 것 없이.” 그런데 이 암호랑이가 머리를 흔들면서 연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면 네 목구멍에 뭐가 걸렸다는 거냐?” 암호랑이는 그 소리를 알아들었는지 머리를 끄덕끄덕하였다.

이제는 그냥 죽을 작정을 하고 있으니 겁도 안 났다. 소금장수는 팔뚝을 쓱 걷어붙이고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손을 디밀어 목구멍에 꽂혀 있던 은비녀 하나를 뽑아냈다. 암호랑이는 그제야 살겠다는 듯이 끄윽끄윽 트림을 해댔다.

그때 업고 왔던 호랑이가 굴속으로 들어가더니 무슨 조그만 염낭 하나를 물고와 그에게 내밀었다. 열어 보니 그 속에는 비수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거 가지란 말이냐.” 호랑이는 그렇다는 듯 머리를 끄덕끄덕 하였다. “그래, 주는 거니까 받지.” 호랑이가 엎드리자 소금장수는 다시 갈기를 잔뜩 움켜쥐고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호랑이는 다시 훅훅 하더니만 금방 뒤를 보려고 앉았던 그 자리에 소금장수를 내려놓고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와 보니 그를 안내하던 군졸들은 그때까지도 잠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조금 있으니 날이 밝았고, 곧 아침을 먹고 길을 떠났다. 소금장수는 호랑이가 준 염낭을 만지작거리며 ‘필시 이게 무슨 조화가 있는 걸 거야.’ 하며 압록강을 건너 대국으로 들어갔다. 조선에서 명의가 건너왔다고 하니 대국 군졸이 좌우로 쭉 늘어서 호위를 하는데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천자가 거처하는 도성으로 들어가 여장을 푸니, 바로 그 이튿날 아침에 입시 들라는 전갈이 왔다. 그리하여 아침 일찍 궁으로 들어가니 대국 천자가 양미간에 천일창이라는 게 나서 보기에도 말이 아니었다.

소금장수는 흠 하고 짐짓 큰기침을 하고 천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본 다음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상황이 안 좋다는 표시를 한 것이다. “고칠 수 있겠느냐?” “글쎄요…… 좀 시간이 걸리기는 합니다만……. 말미를 주십시오.” 이왕 죽는 거 실컷 음식이나 얻어먹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며칠 말미를 달라는 거냐?” “보름 말미를 주십시오.” 보름 동안이나마 산해진미 잘 얻어먹고 죽을 생각이었다. “그럼 그래라.” 그리하여 보름 동안 대국 천지의 좋다는 음식은 모두 즐기면서 빈둥빈둥 놀았다. 가슴이야 쓰리고 아팠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드디어 보름 되는 날 아침이 되었고 “조선 명의는 어서 들어와 병 치료를 하라.”는 전갈이 왔다.

그러나 그냥 빈손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소금장수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홧김에 밥상을 냅다 걷어찼다. 밥사발에서 밥덩이가 빠져 나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소금장수는 무심코 밥덩이를 주어들고 마구 주물러 벽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렇게 온 방을 돌아다니며 그 밥덩이를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고를 했다. 한참 그 짓을 하니 밥덩이는 새카맣고 말랑말랑해져 마치 송진처럼 되었다.

‘에라, 이거라도 가지고 가면 어디 쓸 데가 있겠지.’ 하면서 소금장수는 이것과 함께 호랑이가 준 염낭을 들고 어슬렁어슬렁 궁으로 들어갔다. “그래, 오늘은 병 치료를 하겠느냐?” “예, 하겠습니다.” 소금장수는 한참이나 천자의 얼굴을 살펴보다가 염낭 속에서 비수를 꺼내 ‘에이, 까짓 거 나도 모르겠다’ 하면서 비수를 천일창 앓는 한복판에 사정없이 찔러 넣어 쭉 쨌다. 그리고 이번에는 까만 밥 반죽을 뚝 잘라 상처에 대고 처맸다. “돌[하루]만 붙여 두십시오.” 소금장수는 흠흠 기침을 해대면서 큰일이라도 치른 양 궁을 나왔다. 그리고는 또다시 세상에 무슨 음식인지 알지도 못하는 걸 마구 먹어댔다.

그 이튿날 아침에 다시 입시 들라 하자 궁으로 들어가서는 다짜고짜 상처의 밥 반죽을 쭉 잡아떼었다. 그러자 곪던 안의 것이 그냥 쭉 쏟아졌다. 그리고 아직도 속에는 뭔가가 들어 있었으나 무작정 밥 반죽을 다시 턱 붙여 놓았다. “돌만 싸매 놓으시오.” 다음날 들어가 보니 신기하게도 밥 반죽이 고름을 빨아내 꾸덕꾸덕하고 새 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또 다시 밥 반죽을 붙여 놓고 나왔다. “돌만 싸매 놓으시오.”

그러기를 며칠 하자 차츰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며칠 더 그럭저럭 지내고 나니 이제는 병이 완전히 완치되었다. 조선 명의가 건너와 천자의 천일창을 고쳤다고 대국 천지는 난리가 났다. 천자의 병을 고친 이 소금장수는 국빈용 거처로 옮겨져 그야말로 호화판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최고급 음식에 최고급 의복, 후한 상금도 내려졌다.

그러나 아무리 잘 먹고 잘 입어도 고향땅이 그리운 건 인지상정이었다. 소금장수는 궁으로 들어가 천자에게 하직 인사를 올렸다. “이제 조선으로 건너가야겠습니다.” “그런가. 소원이 뭔지 말하라. 무엇이든지 들어 주마.” “제 소원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직 고향땅에서 처자식과 오순도순 사는 게 소원입니다.” 그 이튿날 아침 소금장수는 온갖 비단과 패물을 수레에 잔뜩 싣고 조선을 향해 떠났다.

[모티프 분석]

「소금등거리 소금장수」의 주요 모티프는 ‘날씨 예지 능력’, ‘호랑이의 구완’, ‘호랑이에게 얻은 비수와 염랑’, ‘천자의 천일창 구병’ 등이다. 날씨를 기가 막히게 잘 알아맞히는 소금장수가 명의라는 벼락감투를 쓰고 중국의 천자 병을 고치러 가다가 우연히 목에 은비녀가 걸려 고생하는 암호랑이를 구해주고 호랑이에게 받은 비수와 기지로 천자의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항상 자기 일에 충실하고 선행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가장 보편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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