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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C020302
지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민

원곡동은 상점과 주택이 혼재되어 있는 지역이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상가와 주택가의 배치가 익숙하여 그 나름의 기준과 질서가 있어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지만,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는 마을 곳곳에 산재한 문화의 다양성만큼이나 무질서하게 보인다. 현란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상점 바로 옆에 수십 가구가 사는 다가구 주택들이 위치한다. 주택들이 이어지는 끝 지점에 갑자기 제법 큰 중국 식당이 연달아 나오다가 그 앞은 어린이 놀이터이다. 원곡동에는 이렇게 주택가와 상가의 지역적 구분이 없다.

원곡동은 당초에 구릉성 산지를 밀어서 커다란 평지를 만들고, 그 위에 가정[집]의 논리로 유지되는 주택 지역과 이윤[상점]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업지역으로 구획을 정리했던 곳이다. 그러한 구분은 인간 삶의 질과 거주 조건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고 여긴 서구의 도시 계획적 사고의 산물이리라. 그러나 그 같은 이상적 사고는 한순간에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 지향의 사고에 의해 급격하게 허물어졌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는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를 걸으며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듯 원곡동의 거리를 거닐며 건물들을 통해서 짧지만 굴곡진 원곡동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원곡동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은 마을 복지관이다.

복지관은 마을의 중심지인 국경없는 광장에 있는 2층 슬라브식 건물이다.

현재 2층은 주택경로당으로 사용되어 마을 노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1층에는 교육시설인 용신학교와 무료급식소로 사용되고 있다.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지금의 원곡동 이주민단지가 조성되기 시작할 때 지어진 주택이 아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원곡동으로 이주를 하여 받은 이주택지에 본인이 건축비를 부담하고 지은 집들이다. 이 집은 우선 마당이 있는 1층집이다. 특이하게 반지하 형태의 민방위 대피 시설과 연탄 창고도 있다. 마당의 담 옆으로는 감나무나 향나무가 심어져 있다.

집의 내부 구조도 한 가구가 생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장실도 집의 외부에 있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 세를 내주기 어렵고 세를 찾는 이도 없다. 지금의 이 같은 초기 형태의 집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나이든 노부부나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족이다. 세워진 지 20년 남짓 되는 건축물이지만, 원곡동에서는 가장 오래되고 나이든 사람들이 사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원곡동에서 수적으로 가장 많은 건물은 다가구주택이다. 다가구주택이란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살지만 그 건물 주인은 한 사람인 경우를 말한다. 보통 주인은 건물의 맨 위층에 살며 아래층의 여러 방들을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놓거나 월세를 받는다. 각 세대들은 각각의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도록 세면 시설과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아파트와 별반 다름없는 구조와 편리성을 갖고 있다. 이곳은 전에는 공단에 근무하는 내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생활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거의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이러한 다가구주택들은 사생활이 보장되는 공간 구조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비용 때문에 수요가 넘친다. 최근에는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재개발한 소위 원룸형 다가구주택이 인기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나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들은 방이 여러 개 필요하지 않고 방 1개에 거실을 겸한 부엌과 세면·욕조 시설로 구성된 원룸형 주택을 선호하고 있다. 집주인도 보증금과 월세 형태로 매월 정기적인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선호하고 있다. 집의 주인들도 일반 다가구주택처럼 주인 세대가 함께 거주하지 않고 거의가 다른 곳에서 거주하면서 관리인을 별도 두어 임대수익을 거둔다. 최신형에다 인기가 많아서인지 가격은 그리 싸지 않다.

안산에 사는 외국인들의 거주 형태는 대개 네 부류로 나뉜다. 통상 처음에는 회사의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첫 번째로, 다소 답답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크다. 둘째는 원룸에서 지내는 경우인데, 이렇게 살아가는 외국인이 가장 많다. 원룸은 지은 연도와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르다. 보증금은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이고 월세는 30만 원에서 50만 원 가량이다.

원룸의 관리는 주인이 직접 하거나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대행하기도 하는데, 집세는 대부분 밀리지 않고 잘 낸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돈을 더 잘 내기 때문에 원곡동 외국인 마을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원룸 건물들이다. 길가에 붙은 상가를 제외하고 3층이나 4층 건물 대부분이 원룸이다.

셋째는 고시원을 이용하는 경우인데, 월 25만 원 내지 30만 원쯤을 내야 하지만 보증금이 필요 없으므로 기숙사에서 처음 독립하는 외국인들이 잘 이용한다. 넷째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인데 그들은 가족이 함께 왔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원곡동에는 상가도 많다. 주로 골목이 아닌 가로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임대 수익도 높다. 건물의 주인들이 직접 상가를 운영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고 임대 받아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물주는 원곡동에 사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임대 수익만을 챙긴다. 최근에는 외국인 또는 귀화한 사람들이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원곡공원 주변으로는 몇 개의 모텔촌이 있는데 이곳은 이주민단지 시절부터 계속해서 숙박 단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약간 오래된 모텔도 있지만 때때로 리모델링하여 숙박 단지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원곡공원 북쪽으로는 산업 도시만의 독특한 지역, 소위 기숙사 단지가 있다. 기숙사 단지란 직주분리의 원칙에 따라 공장 이외의 지역에 독신인 공장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를 짓도록 도시 설계를 한 지역이다. 지금은 대부분이 기숙사보다는 개인 사생활이 보호되는 일반 주택 지역을 선호해서 건물 형태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원곡동에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이 많다. 그만큼 집이나 방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방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인들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중개 수수료가 부담이 되지만, 원하는 방을 신속하게 찾고 안전하게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개업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원곡동에서는 처음에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던 사람이 어느 때부터인가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을 차렸듯이, 가족을 위한 삶의 거처가 어느 때부터인가 방값을 받기 위한 곳으로 전락한 현장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집은 그 안에 많은 것을 품고 있기에 많은 것을 의미하고 보여준다. 오죽하면 어디에 살고 있고, 어떤 집에 사느냐에 따라 친구 관계가 달라지는 한국이 아닌가? 원곡동의 건물들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변화하는 건물을 통해서 원곡동의 역사와 그 주인공들의 삶의 애환을 볼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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