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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삼천리의 고구마 싹 - 사람 먹을 기름은 없어도…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5B020103
지역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 삼천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현우

고구마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묘상에서 좋은 싹을 길러내는 것이다. 좋은 싹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묘상에서 싹의 생육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육묘 방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삼천리마을의 고구마 재배법은 다른 지역과 다르다. 고구마 싹을 키우는 데는 싹이 트기 전에는 30~33℃의 고온이, 싹이 튼 후에도 23~25℃의 온도가 좋다. 이런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삼천리 사람들은 독특한 방법을 사용했다.

먼저 겨우내 언 땅이 아직 덜 풀렸을 3월 초순경[음력 2월 보름께]에 구덩이를 파고 썩은 새[옛 초가지붕에서 벗겨낸 짚]를 말려서 깔고, 그 위에 다시 물을 뿌리고 단단히 발로 밟는다. 그리고 그 위에 쌀겨를 깐다. 위의 작업을 3번 이상 반복하고 그 위에 모새[모래]를 깔거나 흙을 덮는다. 이렇게 하면 썩은 새가 발효하면서 열이 발생하여 고구마 싹이 트기 좋은 고온이 유지된다.

10여 일이 지난 후 손을 넣어 봐서 뜨뜻한 온기가 느껴지면 고구마를 심는다. 고구마를 심고 나서는 흙에서 한 자[약 30㎝] 정도 띄워서 창틀을 짠다. ‘창틀을 짠다’는 것은 손바닥 두께 정도의 나무를 창틀 모양으로 짜서 흙 위에 덮는 작업을 말한다. 그런 다음 창틀 위에 거적을 덮고 며칠을 둔다. 그리고 날이 좋은 날[바람이 없고 맑은 날] 창틀 위에 문 바르듯 창호지를 바른다.

창호지를 바른 뒤에는 물기를 막기 위해 기름을 칠한다. 들기름에다 석유를 약간 부어서 만든 기름을 솔가지에 축여 창호지에 골고루 뿌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창틀의 가장자리에 흙을 덮고 잘 밟아 준다. 마지막으로 얼기설기 성기게 짠 성거적을 대여섯 자[약 180㎝] 정도로 만들어 저녁에는 잘 덮어 주었다가 아침에는 걷는 일을 매일 해야 한다. 삼천리마을 사람들은 거적을 크게 만들면 무거워서 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들기 쉽게 여러 장으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고구마 농사가 한창이던 시절 삼천리마을에서는 “사람 먹을 기름은 없어도 고구마 먹을 기름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구마 순 재배에 정성을 기울였고, 그래서 전국에서 가장 좋은 고구마 순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이렇게 키운 고구마 순이 장뼘[손바닥으로 재는 가장 긴 길이로 보통 엄지에서 중지 사이]으로 한 뼘 정도 올라오면 잘라서 내다 팔았다. 장에 내다 팔 때에는 고구마 순을 100개씩 한 단으로 묶어서 쌀 두어 되 값을 받았는데, 1년을 꼬박 지은 논농사보다 수익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정보제공]

  • •  조희찬(남, 1930년생, 건건동 거주)
  • •  장동호(남, 1947년생, 건건동 거주, 전 안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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